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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계를 넘어 미술계에서도 인정받는 노순택의 더 많은 사진 보기
![](http://img.hani.co.kr/section-image/06/news2/btn_photo.gif)
숲에 차가 널브러져 있다(사진1). 왜? 그런가 하면 하얀 공들이 너른 벌판 이곳저곳에 박혀 있다. 뭐지?(사진2) 노순택(37)의 사진이다. 갸우뚱하면서 사진집을 덮는다. 1초, 2초, 3초, 4초 …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 다시 펼친다. 이번에는 긴 시간을 두고 자세히 뚫어져라 본다. 그곳에서 찾아낸 것은 분단의 상처와 제도화된 권력의 폭력, 그것을 눈감는 우울한 자화상이다.
대추리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하얀 공
사진가 노순택의 사진은 낯설다. 도대체 무엇을 찍은 거지? 왜 대낮인데도 깜깜하지? 끝도 없는 의문이 생긴다. 그의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브레이트의 연극처럼 내 사진도 사람들에게 조금 흡수되고 덜 감동적이고 낯설었으면 한다. 뭔가 석연찮은 느낌과 혼란, 고민할 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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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향기지? 향기는 좋은 거 아닌가?’ 또 의문이 든다. “분단은 거대하고 조직적이고 내가 침범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분단의 처연한 현실을 보려고 카메라를 들고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분단의 악취가 아니라 교활한 향기였다. 비열한 쓰레기 냄새가 애국주의란 향기로 둔갑해서 떠돌고 있었다. 분단의 단순한 논리가 블랙코미디처럼 우스웠단다.
첫 전시는 성공적이었다. 세상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그만의 독특한 사진으로 표현되었고 특이한 흑백의 톤과 앵글은 리얼리즘에 예술적 감각이 얹혀진 듯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그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눈’이 있다. 우리가 은연중에 모방해 버린 미국식 다큐멘터리 사진의 흔적이 그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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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찍은 사진 몇 장을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렸고 비로소 그 이름이 ‘레이돔’이란 것을 안다. ‘레이돔’은 정보 수집을 하는 레이더를 기후로부터 보호하려고 만든 공이란다. 주한 미군의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다.
불을 지피는 아낙네 어깨 너머에도 공은 있고, 경찰과 대치한 다급한 상황에도 공은 저 멀리서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공은 보름달처럼 변했다가 기괴한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한동안 공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서든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공은 느긋했고 그 아래 우리들은 초조했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은 그의 이 시리즈 작품 열 점을 소장했다. 내년 2월에는 독일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그야말로 젊은 나이에 ‘떠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덥수룩하고 어둑하다. “처음 대추리 ‘야릇한 공’ 작업한 것을 갤러리에 내보일 때 심적으로 부담이 컸다. 대추리는 깨지고 있는데 내가 이래도 되나!” 이어서 그는 소망을 말한다. “전업 작가를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5년 전 세 살배기 아이를 가운데 두고 무작정 회사를 때려치울 때 아내에게 허락받은 시간이 올해까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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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작품 사진 노순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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